이재명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생한 소상공인의 부채를 탕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실행 방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원금 감면율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그리고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금융회사 출자금 및 부실채권 매각 금액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소상공인 빚 탕감 정책, 금융당국 검토 착수
6월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새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소상공인 빚 탕감 정책에 대한 세부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 등으로부터 자료를 요청받아 장기 소액 연체 채권 규모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해 왔으며, 오는 9월 말에는 약 50조 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도래할 예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코로나19 관련 자영업자들의 장기 소액 연체 채권을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악성 부채로 판단하고 이를 탕감해 주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금융사로부터 대출 자산을 이전받아 채무를 조정하고 채권을 소각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역대 정부의 배드뱅크 사례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배드뱅크를 설립하여 취약 차주들의 채무 탕감을 지원한 사례가 있습니다.
- 김대중 정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여 148조 원 규모의 기업 부실채권을 처리했습니다.
- 노무현 정부 (신용카드 대란 시): 신용 회복 지원을 위해 한마음금융, 희망모아 유동화 전문 기관을 설립하여 개인 신용 채권을 정리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 금융 소외자를 지원하기 위한 신용 회복 기금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채권 정리 기구인 '유나이티드 PF 제1차 기업재무안정 사모 투자전문회사(PEP)'를 설립했습니다.
- 박근혜 정부: 가계 부채 종합 대책 및 관련 공약 실천을 위해 국민행복기금 등의 배드뱅크를 설립했습니다.
- 문재인 정부: 장기 소액 연체자의 채무 탕감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 윤석열 정부: 새출발기금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자산 규모를 제외한 부채액의 최대 90%까지 탕감했습니다.
빚 탕감 정책의 주요 쟁점: 원금 감면율과 재원 마련
빚 탕감 정책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크게 원금 감면율 설정과 재원 마련 방안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1. 원금 감면율
과도한 원금 감면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성실하게 상환해온 채무자들에게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원금 감면율을 10%에서 50% 수준으로 정하거나, 정책 취지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지원 대상에 대한 명확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2. 재원 마련
배드뱅크 설립 과정에서는 정부 재정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출자금이 필요합니다. 향후 출자 규모와 방식 등을 두고 정부와 금융권 간의 치열한 논의가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100억 원의 소상공인 채권을 배드뱅크로 넘기면서 100억 원 또는 그 이상의 출자금을 부담하게 되면, 은행으로서는 재무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의 근간은 신용인 만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빚 탕감 대상 차주에 대한 심사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현황과 배드뱅크 구체화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출과 이자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적극적인 채무 조정을 약속하며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이 대통령의 구상에 맞춰 다양한 '빚 탕감' 방식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코로나 대출 탕감 및 조정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6월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코로나19 사태 피해를 감안해 오는 9월 말까지 만기가 연장된 금액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약 47조 4,000억 원에 달합니다.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대출에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를 적용해 왔습니다. 만기는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되었고, 2022년 9월에는 최장 3년까지 유예되었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출 채무 탕감 또는 채무 조정 및 소각 대상과 관련하여 만기 연장·상환 유예된 대출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자영업자들의 채무 탕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대출 채무 탕감을 비롯한 각종 지원책에 나서야 할 만큼 현재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기관에 진 빚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사업자는 15만 5,060명으로 1년 전보다 35% 급증했으며, 특히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 795명에서 3만 1,689명으로 52.4%나 증가했습니다. 또한,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이자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대출) 잔액은 총 5조 3,75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3조 7,586억 원) 대비 1조 6,172억 원(43%) 불어났습니다. 이는 '깡통 대출'로 불리는 부실채권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가계 대출의 급증은 코로나19가 주요 계기였습니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에서는 전면 봉쇄와 함께 재정을 동원하여 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 대출을 통한 지원 방식을 택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갚지 못한 개인사업자의 대출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 분야 TV 토론회에서 자영업자 빚 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 소득 정도에 따라 적극적인 채무 조정과 채권 소각을 지원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한다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언급된 코로나19 대출 탕감 및 조정 방안을 구체화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배드뱅크는 일반 장기 소액 연체 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0조 빚 탕감' 배드뱅크 구체화… 개인 채권 양수 비영리 법인 확대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6월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코로나 대출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배드뱅크는 금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사들여 정리하는 기관입니다. 장기 소액 연체 채권 소각을 위해 한시적으로 설치되며, 매출 급감이나 폐업 경험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을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드뱅크가 설립될 경우, 기존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보다 지원 대상과 규모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채무 탕감 정책의 속도를 내는 데도 운영 방향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지원 대출 중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해왔던 약 50조 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오는 9월 도래하는 만큼, 파격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금융당국은 배드뱅크를 새출발기금을 운용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운용과 관련해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장 대행은 이날 임원 회의에서 "소상공인 채무 부담 가중이 금융 시장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등에 대한 채무 조정과 금융 지원 현황을 정밀 점검하여 필요한 자금 공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영리법인의 개인 채권 매입 허용… 주빌리은행식 법적 제약 해소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금융위원회는 비영리법인 등을 통한 대출 탕감 추진을 위한 법 개정에도 착수한 상태입니다.
금융위가 지난 6월 5일 규정 변경을 예고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감독 규정'은 개인 금융 채권을 양수할 수 있는 양수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의 재기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의 경우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 보호 및 재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므로, 해당 비영리법인까지 양수인의 범위를 확대하여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정비 필요 사항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범위가 확대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초대 은행장을 맡았던 '주빌리은행'(현 롤링주빌리)과 같은 비영리법인의 법적 제약도 해소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은행권, 재원 출연 부담에 긴장… "도덕적 해이 우려"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배드뱅크의 재원 조달 방안 또한 주요 논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에서 정부 재정 투입이 구체화될 수 있으며, 은행권을 포함한 민간 금융사들의 공동 출자 방식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원 조달의 상당 부분을 책임질 것으로 보이는 은행권 역시 얼마나 부담하게 될지 긴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배드뱅크의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은행으로서는 자산 건전성 등 재정적 부담이 크다.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